트럼프, ‘남성 표심’ 잡고 컴백…여성 권익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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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되자 여성 인권의 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일부 젊은 여성들은 2016년 한국에서 시작된 4B 운동(비연애·비섹스·비혼·비출산 운동)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시대의 여성 인권과 다양성, 포용성 가치가 위축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정책적 향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당선 후 CNN이 집계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 격차는 줄어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15%포인트 앞섰던 데 비해 이번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8%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민주당이 임신중지권을 비롯한 여성 권익을 강조했음에도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현지시각)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경제가 이번 선거에서 주요 이슈였다고 분석하며, “여성, 히스패닉, 흑인이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경제난 속에서 계급보다는 윤리적 투표 성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 낙태, 민주주의 등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필요하며, 이는 진보 진영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여성혐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략적대화연구소(ISD)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매노스피어(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와 극단적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적 언어 사용이 가속화되었다고 분석했다. 엑스(X, 옛 트위터)와 틱톡 등에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조롱하는 발언이 확산되고 있으며, 여성 인플루언서들에게도 혐오적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은 임신중지권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이후 임신중지권은 각 주의 권한으로 이양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임신중지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만큼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여성 인권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다양성의 씨를 뿌린 만큼, 새로운 변화는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4B 운동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은 4B 운동이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구글 검색량 또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4B 운동 관련 영상들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4B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주희 UCLA 교수는 4B 운동이 젠더 이분법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많은 여성이 트럼프에게 투표한 현실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NYT 역시 4B 운동이 성 평등과 재생산 권리를 지지하는 남성까지 악마화할 수 있어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4B 운동을 계기로 여성혐오가 특정 국가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깨달은 여성들이 국경을 초월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한 교수는 “미국 여성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재생산 정의와 성평등을 위한 싸움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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