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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폭력의 그림자와 대응: 법과 사회의 역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올해 또다시 명문대 단톡방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딥페이크란 AI 기술을 이용해 얼굴과 신체를 합성한 영상으로, 성폭력 피해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로 474건이 검거됐고, 그중 80% 이상의 가해자가 십대였다. 충격적인 사실은 초등학생 가해자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십대와 성착취의 교차점: 디지털 환경의 위험성

십대들은 더 이상 성적으로 무지한 세대가 아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그들은 성착취물에 쉽게 접근하고 직접 제작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실제로 유명 여성 연예인의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들은 십대였으며, 일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단톡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판매해왔다. 친구 초대를 통해 단톡방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손쉽게 생산하며 이러한 범죄를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딥페이크 성폭력: 성별화된 범죄와 사회적 무감각

딥페이크 성폭력은 남성 가해자와 여성 피해자라는 성별화된 범죄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고, 온·오프라인 성폭력 예방 교육과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딥페이크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AI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처벌 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응은 타인의 고통을 경시하고,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무감각과 연관되어 있다. 가해자들은 범죄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서로의 범죄를 정당화하며 남성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그들은 심지어 가족 구성원의 사진까지 공유하며 환호를 받기도 한다.

피해자의 고통과 일상의 파괴

딥페이크 성폭력은 물리적 접촉 없이 이미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자신의 얼굴이 성착취물로 노출된 후 일상생활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다. SNS 계정을 삭제하고, 졸업앨범마저 파기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친구, 지인, 교사까지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신뢰 역시 무너진다.

딥페이크 성폭력의 현실과 피해자의 용기

2024년 9월,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제17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는 딥페이크 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었다.

• 영화 **<나의 금발여친>**에서는 피해자가 SNS에 올린 예전 사진이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악용된다.
• **<나의 가해자 추적기>**에서는 주인공이 도난당한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받는다.

이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체포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피해자다”**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피해자들이 선택한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동시에 가혹한 현실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법적 대응과 제도적 한계

해외 언론은 한국을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많이 생산되는 국가로 지목하며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높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단톡방이 폭파되면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가해자를 체포하고 처벌하는 일이 쉽지 않다. 다만 텔레그램은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삭제에 협조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10월, 딥페이크 성착취물 소지와 시청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딥페이크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며, 협박 범죄에 대해서도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법을 강화했다.

교육과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

교육부는 딥페이크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태조사를 거쳐 예방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조직 축소와 인력 부족은 실질적인 지원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통합적 제도 마련과 함께 사회 전반에서의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딥페이크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을 키우고, 성인지 감수성을 고양하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결론: 개인과 사회의 책임

딥페이크 성폭력 문제는 단순히 몇몇 개인의 범죄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와 사회적 무감각을 반영한 심각한 문제다.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강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폭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 우리 모두가 먼저 행동해야 할 때다.